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의 영어 공부

<송선생 교육칼럼 14>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의 영어 공부

캐나다에서 조기 유학생들을 10년 가까이 지도해온 필자는 1.5세나 조기 유학생들의 영어 공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왔다.

일단 조기유학을 오게 되면, 부모님들이 기존에 겪었던 영어 공부방법은 한국과 다른 영어 환경에 처한 자녀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어학 연수를 했던 선배들에게 조언을 듣는 것도 신통치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겪었던 영어 공부의 목적이 다를 뿐만 아니라, 방법도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까지도 조기 유학을 온 학생들에게 맞는 영어 교육 방법은 재대로 정립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는 짧은 조기유학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 영어 교육 환경이 너무나 빠르고 다르게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영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해외 유학의 형태

유학의 형태는 많은 변화가 있어 왔다. 과거, (미국) 유학을 갔던 분들은 석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었지만, 점차로 학사과정 또는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캐나다나 미국으로 유학 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졌다. (중국어 어학연수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에는 캐나다나 미국 등 현지의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조기 유학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미국 대학을 목표로 하는 외고 국제반이 대중화될 정도이다.

해외 유학 중 영어 공부의 현실

미국에서 석 박사를 취득한 분들도 한결같이 영어가 쉽게 향상되지 않는 다는 점에 동의 한다.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과 씨름하다 보니 전공과 관련된 영어 실력은 쌓았지만, 실전 영어는 학과과정(Course Work)을 끝내고 논문을 준비하는 동안, 한인들이 별로 없는 동네에서 네이티브 할머니들과 골프를 치면서, 겨우 늘었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 결국, 그들도 전공 영어에 있어서는 전문가이지만 자연스러운 영어 구사는 힘들 수 밖에 없다.

일부 직종에 요구되던 영어가 점차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영어 필수화가 되는 시대가 되면서, 대학생 어학연수가 흔해졌지만, 역시 1년 정도의 짧은 연수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생활) 영어를 마스터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어째든, 그들의 목표는 일상 생활 영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하느냐인 것 같다.

이러다 보니 2년제 또는 4년제 학위과정으로 연장하여 공부하는 학생들이 늘기 시작했다. 이 즈음, 중고등 학생부터 유학을 와서 현지 대학에 입학하는 조기유학 붐도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어를 현지인 만큼 향상시켜보자고 조기에 유학 온 학생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다름아닌 <영어>인 것이다. 조기 유학을 왔음에도 대학에서 제대로 학업을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영어실력이며, 설사 졸업하더라도 현지의 전문직에서 일하기는 무엇보다도 영어에 자신이 없다. 간단히 말해서, 영어공부를 가장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유학 온 학생들은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만 다니면 영어가 저절로 늘 것이라 착각하고 그나마 한국에서 열심히 하던 영어 공부를 멀리하기 시작 한다. 어떤 학생들은 여름방학 때 ‘찍기식 SAT나 토플’을 배우러 한국에 가는 것만 믿고 정상적인 영어공부를 거의 포기한다. 심지어, 그렇게 하는 것도 영어공부라고 믿는다. 이렇게 하면, 현지에 조기유학을 와도 영어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

조기 유학 영어의 새로운 패러다임: 영어를 뛰어 넘어 국어처럼 배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부 학생들은 네이티브 튜터와 느슨한 (ESL) Essay writing 공부만 하면 영어 공부는 해결 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TESOL 과정에서 배운 대로) 캐네디언 튜터가 조기유학 온 학생들을 끝임 없이 ESL 학생으로 여기는 것도 문제다.

이미 기초가 튼튼한 조기 유학 학생들에게는 TESOL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영어 교육 방법이 요구된다. 즉, 캐나다에 온지 약 2년(경우에 따라서는 1~3년)이 지나기 시작하는 어린 학생들의 경우는 영어를 외국어(Second Language)가 아니라 국어(First Language)처럼 배우려는 노력과 도전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ESL 학생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1.5세와) 조기 유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영어 공부 방법

조기 유학생들에게 필요하고, 효율적이고 수준 높은 고급 영어 공부는 작문(Writing)보다는 우선 독해(Reading)를 통해서 늘려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입력(Input)된 정보 내에서만 출력(Output)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해의 목적은 단순히 영어를 읽고 대충 무슨 뜻인지 이해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제대로 독해를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속독을 하더라도 읽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머리 속에 정리하고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체계적으로 읽는 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말해서, 글을 읽으면서 주제(Main Idea)와 작자의 의도(Purpose)를 정확히 파악하고, 글(이야기)의 순서(Sequence)를 기억할 수 있어야 하고, 이유와 결과(Cause and Effect), 비교와 대조(Comparing and Contrast)된 부분, 무엇이 사실(Fact)이였고 무엇이 작자의 의견(Opinion)이었는지, 그리고 결론(Conclusion)을 잡아내고, 글에 없는 또 다른 경우(Case)를 작자의 논리대로 적용하여 결론도 추론(Inference) 할 수 있는 응용력까지 생겨야 한다. 물론 글의 시대적 상황적 배경에도 관심이 있으면 더욱 좋겠다.

올바른 독해 훈련을 통해서 글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면 영어 자체의 실력뿐만 아니라 언어적 이해력을 요구하는 모든 분야의 기본 능력을 튼튼히 하게 된다.

이런 훈련이 되어있는 학생들이라면, 장래에 English Provincial Exam이나 SAT와 같은 어떤 영어 시험도 더 이상 문제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SAT와 같은 거의 모든 영어 Test가 바로 이런 독해 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SAT나 TOEFL을 공부할 때, 억지스러운 찍기 기술 연마(?)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글(Passage)를 읽으면서 항상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분석하려고 노력한 후,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지름길이며 동시에 영어 실력을 늘리는 올바른 길이다.

많은 학생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SAT (C/R)에서 고득점을 받는 학생들에게 “네가 터득한 비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Passage를 제대로 파악하면, 문제를 풀 때 답은 너무나 obvious(분명)하게 보입니다. 제 경우는 이외의 특별한 비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기유학을 온 학생들은 영어 공부를 외국어로 공부하는 차원을 넘어서 국어 능력 즉, ‘언어적 분석 및 논리력’ 향상에 주력하는 것이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이다.

글: 송시혁 (송학원 원장)

빅토리아투데이 2010년 3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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