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대학생에게 실패는 없다”

<송선생 교육칼럼 1> “준비된 대학생에게 실패는 없다”

빅토리아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빅토리아를 떠난 후에도 연락이 오면, 다른 학생들의 소식도 전해 들으면서, 학생들과 지냈던 과거의 추억에 빠지기도 한다. 한편, 대학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의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고, 잘 지도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대학 생활을 잘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졸업할 때까지 계속 열심히 해야 한다는 진부한 충고를 줄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에서 어떠한 자세로 공부해야 대학에서 잘 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논의하기 전에, 우선 일반적인 대학 학업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사실, 대학(학부; undergraduate)은 고등학교나 대학원과 달리, 폭 넓은 선택의 기회로 ‘실패’란 없다고 생각한다. 만일, Fail한 과목 있다면 재 수강하고, 성적이 좋지 않다면 전공 계획을 바꾸어 다시 시작하면 된다. 전공을 바꾸거나 대학을 옮기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학생에게 더 맞는 환경과 적성을 찾아 가는 것이다. 대학을 4년 만에 반드시 졸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한 학기에 5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벅차다고 생각하면 과목 수를 줄이면 된다.

Full time 학생의 신분 유지가 꼭 필요하면, 몇 과목은 전공과 무관하더라도 부담이 없는 과목으로 대체해서 듣는 것도 좋다. 한 두 학기를 쉬거나, 일을 하거나 해외 여행 등으로 경험을 쌓아 다시 복학하는 것은 대학에서 흔한 일이다. 젊은이들에게 대학생활은 인생이란 마라톤에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단거리 선수만 스타트라인에서 조급할 뿐이다. 다음의 글은 대학이란 출발선에서 조금 더 나은 ‘스타트’를 하는 정도의 조언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1. “캐네디언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한인 학생들처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에 가면 잘 한다”고 말하는 학생들을 본다. 여기에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대학에서 만나는 캐네디언 학생들을, 고등학교에서 공부에 열중하지 않은 학생들과 혼돈해서는 안 된다. 고등학교 때 학업에 충실하지 않은 캐네디언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충고가 있다. 계획과 실천은 비교적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캐네디언 학생들과 비교하면서, 공부를 소홀히 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아예 그들처럼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고교 졸업 후 취업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대학에 들어가서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 학생의 계획이라면 거기에 맞게끔 본인의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주된 문제는 기초실력 부족이다. 고교 때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학생은 대학 진학 후 어려움을 예상해야만 한다.

2. 캐네디언 학생들은 공부 이외의 활동을 많이 해서 창의적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공부를 잘 한다고 믿는 학부모님들도 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는 공부보다 운동이나 Volunteer work 같은 것을 많이 하고, 공부는 대학에 가서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A’ 학점을 받는 학생들도 대학에서 공부하기에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 ‘A’를 받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공부에 주력하고, 다른 활동은 일단 뒤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고교에서는 25% 정도의 학생들이 ‘A’를 받는다.) 다만, 스포츠 등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학생이라면 학업 능력이 부족해도 대학에서 배려와 지원을 받아서 졸업할 수는 있을 것이다.

3. 대학에 가서 영어와 수학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 때 제일 중요한 공부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단연코 영어와 수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의 인문계 고등학교 (대학을 준비하는 학교)에서, 그토록 ‘국영수’를 중요시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 대학에 완전한 입시 자율권을 준다면, 본고사를 당장 부활시켜서 국어, 영어, 수학을 훨씬 더 심화 평가하길 원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세 과목은 단기간에 향상시킬 수 없으며, 모든 과목의 Background 학문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대학에서는 한국에서 보다 더 영어와 수학이 중요할 것 같다. 많은 한인 학생들이 영어 실력이 부족하여 학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본인들이 느끼는 것 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학에서, 읽기(Reading)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학생은 많은 분량을 수업 전에 읽어가는 예습을 하기 힘들다. 강의 듣기(Listening)를 조직적으로 하지 못하는 학생은 강의 시간에 별로 얻는 것 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쓰기(Writing)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은 리포트 쓰는 시간에 매번 쫓겨야 하고, Report나 시험 결과도 항상 기대한 만큼 나오기 힘들다. 같은 내용을 조사하거나 알고 있더라도, Writing을 잘하는 학생은 쉽게 A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은 B를 받을 수 밖에 없다.

4. 한인 학생은 수학에서 강점을 갖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많은 한인 학생들이 영어(언어)가 바탕이 되는 인문사회 과목에서 좋은 학점을 따는 것은 캐네디언에 비해서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한, 공대 및 과학은 물론, 경영, 경제 및 사회과학을 전공하기 위해서도 필수 선수과목으로 대학수학(미적분)을 마쳐야 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5. 고등학교의 공부량과 대학에서의 공부량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알고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보통 한 학기에 4과목을 공부한다. 그나마도 1~2 과목은 쉬운 과목일 것이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한 학기에 5과목을 이수해야 정상적으로 4년 만에 졸업할 수 있다. 대학교 숙제는 고등학교 숙제보다 많고 어렵다. 고등학교에서 ‘A’를 받는 것처럼 쉽게 대학에서 ‘A’를 받는 것으로 착각 해서도 안 된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대학과 연결되기에는 차이가 크며, 고등학교 시험처럼 쉬운 문제만 나온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대학 내 복사(Photocopy) 서비스 문구점(?)에 가면, 그 전에 나온 기출 시험문제들을 합법적으로 복사해서 팔기도 한다.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 기출문제를 보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대략 감이 잡힐 것이다. 고등학교 때처럼 전에 나왔던 문제가 다시 나오거나, 교과서 문제가 숫자만 바꾸어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이해하지 않고 족집게 식의 초치기 시험 준비는 거의 ‘Fail’할 우려가 많다. 무엇보다도 미루지 말고 그 때 그 때 예습/복습/숙제를 해야 한다.

6. 마지막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예습하면서 충실히 강의에 참석하라는 것이다. 따라가지 못 하겠다고 강의에 참석하지 않고, 나홀로(?) 학습에 돌입하는 학생들은 본인이 현재 위험 수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고등학교 때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기초 실력을 단단히 쌓아야 한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한인 학생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면서도 영어공부를 가장 소홀이 한다. 비교적 자신 있는 과목이 수학이면서도, 자신의 강점으로 확실히 만들지 못해서, 오히려 대학 수학에서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 학업 외 활동이 스트레스도 풀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생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객’이 바뀌어 그것 때문에 학업에 소홀하게 된다면 후 순위로 미뤄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지금까지 얘기한 정도는 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이 이런 경우에 속하지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글 : 송시혁 (송학원 원장)

빅토리아투데이 2009년 5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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