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보다 더 영국적인 도시’ 오크베이

‘영국보다 더 영국적인 도시’ 오크베이

<밴쿠버섬 10배 즐기기 21> Oak Bay

‘영국보다 더 영국적인 도시(more English than England itself)’로 묘사되곤 하는 오크베이는 빅토리아 일원에서 가장 좋은 주택가로 유명한 지역이다.<포브스>지가 선정한 ‘캐나다에서 가장 비싼 저택(Canada’s Most Expensive Residence) 톱10’ 중 제일 비싼 집 역시 이 지역에 있어 자타가 인정하는 ‘캐나다에서 가장 비싼 동네’ 중 하나다.

그러면 오늘의 오크베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843년 헛슨베이사가 원주민들과의 모피교역을 위해 클로버 포인트에 Fort Victoria를 세웠을 당시, 윌로우스 비치 일대에 터 잡고 살아왔던 한 무리의 원주민을 제외하면 오크베이 일대는 숲과 바위로 뒤덮인 바닷가 언덕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19세기 말~20세기 초, 진흙 먼지가 날리는이너하버와 제임스 베이 일대에 싫증을 느낀 부유층들이 숲과 초원을 찾아 교외로 나가 살기 위해 터잡은 곳이 바로 오늘날의 오크베이다. 이들은 이곳에 고풍스러운 튜더 스타일의 집을 짓고 장미정원을 가꾸고 이웃끼리 모여 담소를 나눌 찻집을 만들어 가면서 이 마을을 윤택한 주거지로 변모시켜왔다.

당시 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고급 주거지와 마을 상가, 레스토랑과 찻집 그리고 골동품 가게는 지금까지도 당시 영국풍의 거리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이곳에 오면 우리가 어느새 영국의 한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오크베이시 관광과 브라이언 헛슨은 ‘지금 영국의 도시들은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는 등 빠르게 미국스타일로 변모해 가는데 반해 오크베이는 전통적인 영국풍의 마을과 상가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빌리지 상가를 걸으면 고급 옷가게와 골동품 가게들도 많이 눈에 띈다.

이 지역에는 또 다른 영국의 상징인 로즈가든이 37개나 있다. 그 중 윈저팍 안에 있는 것이 가장 유명하다. 이들에게 로즈가든이 단순한 꽃밭 이상의 각별한 의미가 있는 이유는 장미가 영국의 나라꽃이자 ‘꽃 중의 여왕 (Queen of Flowers)’이라는 장미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로즈가든 외에도 오크베이를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 지역의 독특한 주거 양식으로 지어진 멋진 주택들이다. 빅토리아의 상징인 주의사당과 엠프레스 호텔을 설계한 19세기말~20세기 초 영국의 건축가 프란시스 래튼버리는 ‘오크베이는 내가 본 주거지 중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다. 나는 이러한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간직됐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이 지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다. 실제로 그는 1898년 Beach Drive 1701번지에 자신이 설계하고 지어 ‘Lechinhl’이라고 이름 지은 집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바닷가에 튜더 스타일로 지어진 이 집은 그가 영국으로 귀향한 1929년 이후에는 Glenlyon Norfolk Junior School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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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enlyon Norfolk Junior School

‘오크베이’라는 마을 이름은 참나무의 일종인 개리 오크(Garry Oak)에서 유래됐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개리 오크는 서부 캐나다의 토종 수목으로 밴쿠버 아일랜드 남단과 코목스-코트니 이남의 동부해안, 걸프아일랜드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고 있는 희귀종 참나무로 비치 드라이브와 업랜드, 캐드보로 베이 등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이 지역에는 30미터 이상의 키에 400년 이상의 수령을 가진 개리 오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크베이는 1906년 래튼버리 등이 BC주 정부에 청원서를 제출해 마을 인가를 받은 이래 그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으나 최근 30년간은 상주인구에 거의 변동 없이 1만8,000명을 유지하고 있어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빅토리아의 다른 지역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오크베이는 북쪽으로는 빅토리아대학을 경계로 사니치와, 서쪽으로는 Foul Bay Rd를 경계로 빅토리아시와 인접해 있고 동쪽과 남쪽은 Juan de Fuca 해협에 연해 있다.

오크베이를 돌아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나 자전거를 타고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비치 드라이브를 타고 천천히 달리면서 잘 가꿔진 숲과 조화를 이루는 고풍스러운 주택과 군데군데 나타나는 전망대를 통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산과 바다 경치를 즐기는 것이다.

이 길을 달리다 보면 1893년 설립돼 115년의 역사를 자랑하면서 태평양 북서 연안에서 가장 오래된 빅토리아골프클럽과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고급주택이 즐비한, 소위 부촌으로 알려진 업랜드(Uplands)도 만나게 된다. 한때 여행사들의 빅토리아 투어 목록에는 이 동네를 구경하는 ‘부촌 관광’이 꼭 들어가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오크베이를 구경하면서 자칫 지나치기 쉬운 곳이 윌로우스 비치. 샌디 비치를 찾아보기 어려운 빅토리아에서 시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대표적인 해변이 바로 이곳이다. Willows Park에서 Cattle Point까지 1km 쯤 되는 자그마한 해변이지만 자갈이 많은 다른 해변과는 달리 희고 고운 모래가 돋보이는 곳이다. 여기서 동쪽으로 한 눈에 들어오는 눈 쌓인 베이커산과 디스커버리섬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한가한 시간을 즐기러 나온 가족과 산책하는 사람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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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의 대표적인 샌디비치 윌로우스 비치.

이 일대는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원주민(First Nations)들이 모여 살던 원주민 집단 거주지였다. 유럽인들이 이곳에 첫발을 딛기 전 2,500여년 동안 이들은 사슴과 엘크, 게와 연어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오던 ‘Sitchanalth Village’가 있던 곳이다.

윌로우스 비치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곳이 Cattle Point. 편편한 바위로 이루어진 Cattle Point는 19세기 이 지역 목장에 풀어 놓을 가축들을 메인랜드로부터 가득 싣고 온 배들이 마땅한 하역시설이 없던 당시에 수심이 얕은 이곳에 배를 대고 소떼를 바다로 몰아내 육지로 오르게 했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여기서 바라다 보는 오크베이 마리나와 윌로우스 비치 전경이 몹시 평화롭고 한가해 군데군데 마련된 벤치에 앉아 나른한 휴식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Cattle Point 안쪽에 있는 공원이 바로 Uplands Park. 여기에는 잘 정비된 숲길 트레일과 함께 밴쿠버아일랜드에서도 몇 남지 않은 개리 오크 집단 서식지가 있다. 공원 입구에는 2차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오크베이 출신 전몰용사 97기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1948년 세워진 ‘오크베이 충혼비(Oak Bay Cenotaph)’가 있다.

빅토리아투데이 2008년 6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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