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트임

<문학회 수필 > 눈트임

이정화
빅토리아문학회 회원

서운함이 나를 아주 달궈놓는다.지글거리는 열감이 오체의 구공에서 쉭쉭 새어나오는 듯하다. 어떻게 다시 되돌린단 말인가.

잘린 도마뱀 꼬리는 새로 생기기나 하지, 불과 일주일전에 눈꼬리를 잘라놓고 다시 되 돌릴 수 없으니 후회막급이다. 울화가 채이고 급기야 터질 지경이다.

눈트임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이살이라고 치부하는 이 눈밑 지방을 빼자고 오십줄에 들어선 친언니와 함께 성형외과에 갔다.

유전적으로 집안의 약한 안(眼)근육이, 피곤이 쌓일수록 긴장되어 눈밑 지방을 누르기 때문에 불룩하게 튀어나오고 쳐진다고 한다. 이런 의학적 설명을 듣고, 평소 눈에 거슬렸던 눈밑지방을 없애자고 자매가 의기투합하였는데 처음 심정은 이때만 해도 여기까지였다. 다양한 수술방법에 대해 듣다가 말로만 알던 앞트임 뒤트임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한번 해보자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도대체 뭐에 씌었는지 몰라도 평소 유치하게 여겼던 눈꼬리 트임에 꽂히는 바람에 그만…

너무 그립다. 정작 잃고 나서야 지금은 사라진 내 선한 눈매를 사랑했고 이것이 내 순정을 대표하는 상징적 아이콘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불과 1.5밀리미터 눈을 키운다고 초가삼간 다 태운 격이 아닌가. 똘망똘망한 청춘의 자유를 흉내 내려고 하다가 우락부락하고 기가 드센 아낙네로 보일 줄을 내 진작 눈치 챘어야하는데 아이고 아이고, 이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마음에 병이 들어섰다. 책임감 있는 정신이 아주 고통스럽다. 사람들을 만나 얼굴마주 보며 얘기하는 것조차 힘이 들고 가까운 곳으로 장보러 가는 것도 피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내 눈만 쳐다보는 것 같다.

내 눈꼬리를 보면서 “이런, 전에 괜찮았는데 무슨 일 있나요? 눈을 망치셨군요.” 라고 할 것 같았다.
내 어찌 이런 흉측한 일을 의사에게 하게 했을꼬. 동창보다 띠 차이가 날정도로 늦게 얻은 자식들이 엄마 몇 살이냐고 묻는 말에 자격지심이 들었나?

속상한 마음에 거울을 쳐다보느라 올려둔 냄비를 태우기도 했다. 태연해지려면 십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아침이면 깨는 꿈일거라고 정성을 다해 기도도 했다. 제발 꿈이길 바란다고 거울을 보면서 또 망연자실하곤 했다. 이건 도무지 사람사는 것 같지 않았다.

어린 자식들에게는 엄마가 눈병이 나서 벌겋다고 말했더니 토끼눈 같다고 한다. 내용을 알고계시는 시어머니는 원래 내눈과 별차이 없다며 내 마음을 달래주셨다. 그래도 거울 속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는 결심의 결과로 태어난 벌건 눈 두개가 나를 노려 보고있다. 불을 뿜을 화산같다. 김이 새는 깨진 주전자마냥 한숨을 푹푹 쉬다가 또 울다가를 반복하니 참으로 마음이 불편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참으로 웃지 못할 꼴이 날 지경이다.

내 정신의 어떤 부분이 눈트임을 흥미로워했을까. 역시나 기질대로 호기심의 자문을 해본다. 호기심이라는 정보를 입력했던 순간 내 머리가 잠시 미친것 아닌가. 조물주가 완벽하게 만드신 나의 신령스러운 신체일부를 진짜로 변형하다니.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았다. 극에 달하면 냉정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가보지 못한 숲길을 걸어본 것뿐, 이제 해봤으니 됐다라고. 인상이 부드러워 보이려면 어떻게 할까. 안타까운 마음으로 거울을 보면서 입을 억지로 당겨서 웃었다.

이리 히죽, 저리 샐죽. 좋은 마음으로 보니 눈매가 깊이가 있어보는 것 같기도 하고 부리부리한 것이 결단력 있어 보이기도 하다. 활짝 웃으니 예전의 웃는 모습이 보였다.

새로운 얼굴에 표정을 심어주려면 많이 웃어야겠구나. 거울 앞에 종일 서서 웃고 또 웃는 연습을 했다. 입이 먼저 웃으니 생각이 따라 웃는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내가 더 강해진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생각을 조종하여 후회와 괴로움에서 빠져나와 희망으로 건너오게 된 것이다.

눈트임은 눈뜨임 이었다.

어떤 일로 인해 일어난 결과가 다시 원인에 영향을 미치는 자동 제어 원리를 말하는 피드백(feedback, 되먹임, 되알림, 환류, 송환)의 기능이 뇌안에 확실히 존재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다. 한마디로 자극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변화에 덜 민감한 시스템으로 조절하는 뇌파의 피드백 말이다.

유연해지자. 상처가 깊을수록 새살 돋는 시간이 더 걸리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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