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는 역사 지닌 빅토리아의 랜드마크

100년 넘는 역사 지닌 빅토리아의 랜드마크

<밴쿠버섬 10배 즐기기 1> Paliament Building

빅토리아의 이너 하버는 아름답다. 도시와 바다, 그리고 멀리 눈 쌓인 올림픽산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데다, 바닷가를 띠라 이어진 산책로와 수많은 요트, 형형색색의 꽃들이 함께 어우러져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빅토리아 만의 독특한 모습을 한껏 자랑한다. 그러나 만약 이곳에 빅토리아의 상징 주 의사당 건물이 없다면 빅토리아가 과연 지금처럼 방문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너하버를 한 눈에 내려다보고 있는 이 건물은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으로, 1898년 완공된 이후 1백년이 넘게 빅토리아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굳건히 자리잡은 유서 깊은 곳이다.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이 건물은 밤이 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건물 외형을 따라 장식된 3,300여 개의 전구가 뿜어내는 찬란한 빛으로 화려하면서도 로맨틱한 또 다른 얼굴을 보여 주는 것.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면 돔 부분의 전구들은 초록과 빨간색의 불빛으로 단장을 해, 성탄절 축제무드를 한껏 고조 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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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공사, 당시 돈 92만불 들어

주 의사당 건물은 1850년대 후반부터 불어 닥친 골드러시와 헛슨베이 (Hudson Bay)사의 교역소 건설로 급성장하기 시작한 빅토리아의 행정을 위해 추진됐다. 원래 이 자리에는 식민지 정부청사 건물이 있었는데, 일명 버드케이지(Birdcage)라 불리던 이 건물은 나날이 커지는 도시 규모에 걸맞는 큰 건물이 필요해 지면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1892년 새정부 청사를 마련하기 위한 건축 디자인 공모전이 열렸다. 이 때 캐나다와 미국 전역으로부터 보내온 65편의 응모작 중 당선된 것이 바로 프란시스 래튼버리(Francis M Rattenburγ)의 작품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BC주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래튼버리는 당시 겨우 25세의 청년 건축가였다. 그가 이후 빅토리아의 엠프레스 호텔, 마린 뮤지엄(전 왁스 뮤지엄), 크리스탈 가든과 밴쿠버 아트갤러리를 비롯한 수 많은 건축물을 남긴 장본인이다. 이 건물은 5년간의 공사 끝에 1898년 2월, 의회 회기 시작에 때맞추어 준공식이 거행됐으며 당초 예산의 두 배에 달하는 92만 3천 달러의 건축비가 소요됐다고 한다.

래튼버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1915년 건물 양쪽 날개 부분과 도서관을 증축하고 건물 외관에 BC주 유명인 14명과 문인 6인의 조각상을 추가, 실질적인 완성은 이때서야 비로소 이루어진 셈이다.

르네상스와 로마네스크 양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특별한 양식에 구애 받기 보다는 밴쿠버섬 북쪽에 있는 해딩턴섬의 석재, 넬슨섬의 화강암, 그리고 지붕에는 저비스 내해 (Jervis Inlet)의 슬레이트를 사용하는 등 이 땅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 이 건물의 특징이다.

지난 1972년에는 점점 늘어나는 의회 인원을 수용하기에 좁고 또 노후 되어 점점 본래의 색을 잃어가는 건물에 대한 전면적인 개보수가 이루어졌다. 10년간에 걸친 작업으로 수 백 개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비롯, 빛 바랜 부분을 모두 본래의 재료를 이용해 복원, 그 고유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재현시켜 놓았다.

성공한 건축가의 비극적인 최후

래튼버리는 빅토리아 구석구석에 큰 족적을 남겼으나 스캔들도 함께 남기고 떠났다. 잇단 성공으로 상류사회에 진출, 장교의 딸과 결혼해 오크베이의 바닷가 저택에서 부와 명예를 한껏 누리며 부족함 없이 살던 그는 어느 날 알마 파켄햄(Alma Pakenham)이리는 여인과 사링에 빠지면서 그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57세의 유부남과 27세의 이혼녀로 만나 거침없는 애정행각을 벌이던 두 사람은 결혼을 한 후 영국으로 되돌아가지만, 더 이상 명성도 재산도 사랑도 지키지 못한 채 술독에 빠져 비참한 노후를 보내던 래튼버리는 어느 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놀랍게도 알마와 그녀의 새 애인이었던 17세 소년 조지 스토너(George Sroner)가 그를 구타 살해한 혐의로 기소 되었고, 이후 무죄 판결을 받은 알마는 석방됐으나 에이번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또 살인죄로 교수형을 선고 받았던 조지는 알마가 그들 매수했다는 주민들의 탄원이 받아들여져 결국 7년 형으로 감형되는 것으로 이 비극적 사건은 막을 내린다.

지나다니면서 무심코 쳐다보기만 했던 이 건물,한번 찬찬히 둘러보자. 햇살 좋은 날, 건물 앞 잔디밭은 피크닉을 하거나 그냥 누워 해바리기 하기에도 최고다. 옥외 집회 장소로 많이 이용되는 이곳에서는 매년 캐나다 데이, 빅토리아 심포니 콘서트 같은 대형 행사도 열린다. 꽃이 만발한 앞 뜰을 걷다 보면 빅토리아 여왕의 청동상과 한국전 등에서 전사한 군인틀을 추모하기 위한 충혼탑, 분수대 등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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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혼탑에는 한국전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건물의 중앙을 올려다보면 청동 돔의 꼭대기에서 빛나고 있는 동상이 보인다. 이 금빛 동상의 주인공은 밴쿠버섬을 최초로 탐험한 조지 밴쿠버(George Vancouver) 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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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돔 꼭대기에 우뚝선 조지 밴쿠버 선장의 황금 동상

건물 외관만 보고 그냥 돌아설 것이 아니라,이왕이면 내부도 들어가 보자. 내부는 제한적이긴 하나 일반에 공개돼 무료 가이드 투어를 할 수 있다 의회가 열리는 동안에는 방청석에 앉아 주 의회 의원들의 대정부 질의 내용을 지켜볼 수도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픈하며 여름철에는 주말에도 투어가 가능하다. 매년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 주의사당은 밴쿠버섬 5대 관광 명소중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수 많은 시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빅토리아의 상징으로 우뚝 서 있는 이 건물을 보면 래튼버리. 그는 비극적 최후를 맞은 ‘불행한 남자’ 였으나 동시에 ‘성공한 건축가’ 였음이 분명하다.

<빅토리아투데이 2007년 6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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